본문 바로가기

독서마인드맵

[독서마인드맵] 올가 토카르축, 요안나 콘세이요의 그림책 '잃어버린 영혼'

"누군가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본다면,  세상은 땀 흘리고 지치고 바쁘게 뛰어다니는 사람들로, 그리고 그들을 놓친 영혼들로 가득 차 보일 거예요." - 잃어버린 영혼-

  주인공 ‘얀’은 일을 아주 많이, 아주 빨리 하는 사람이다. 영혼은 어딘가 멀리 두고 온 지 오래였지만, 오히려 잘 살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출장길 호텔방에서 잠이 깬 얀은
숨이 막힐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기가 어디인지, 무슨 일로 어떻게 온 건지, 심지어 자신의 이름마저도 기억나지 않았다.

   다음 날 현명하고 나이 든 여의사를 찾아 간 얀은 의사로부터 영혼을 잃어버렸다는 진단을 받게 되었다. 영혼이 움직이는 속도가 육체보다 아주 느리기 때문에, 당신의 영혼이 몸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만의 어떤 장소를 찾아 편안히 앉아서 영혼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얀은 도시 변두리에 작은 집을 구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매일매일 의자에 앉아 영혼을 기다렸다. 많은 날들이 지나갔다. 수염이 허리까지 닿게 될 정도로...

  긴 기다림 끝 어느 오후,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 밖에는 지치고, 더럽고, 할퀴어진... 그의 잃어버렸던 영혼이 서 있었다. 영혼을 만난 얀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고, 그의 영혼이 따라올 수 없는 속도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또한 그는 정원에 구덩이를 파 시계와 트렁크 따위를  전부 묻어 버렸다. 시계에서는 종 모양의 꽃이 자라났고, 트렁크에서는 커다란 호박들이 열려, 몇 해 겨울을 조용히 지내기에 충분한 식량이 되었다.

  영혼이 따라올 수 없는 속도로 살아가던 주인공 ‘얀’의 모습은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바쁘게, 빠르게, 효율적으로, 감정 없는 기계처럼... 계속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 혹시 몸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한 나의 영혼이 어딘가에서 떠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얀이 호텔방에서 느낀 ‘숨이 막힐 것 같은 기분’은 나 역시 느껴 본 적이 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았던... 깜깜하고 차가웠던 그 공포는 설명하기 어려운,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아찔했던 순간이다.
그건 아마도 의자가 필요하다는 신호였던 것 같다. 영혼과의 어긋난 속도를 맞추기 위해 편안히 앉아 기다려야 할 때라고 알려주는 신호. 지치고 상처 받은 영혼을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따뜻하게 바라봐주라는 신호 말이다.

​  맵의 중간에 그린 중심 이미지는 얀이 오랜 시간동안 잃어버린 영혼을 기다리다가 드디어 만난 순간이다. 방치됐던 마음... 충분히 돌봐주지 않아 자라지 못한 내면의 어린아이를 마주한 것만 같은 기분에 순간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이 책을 떠올릴 때마다 이 장면이 함께 떠오를 것이다. 스트레스와 과로에 시달리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게 될 때마다 이 그림을 떠올리며 잠시 멈추고 의자에 앉아 방치됐던 내 영혼을 따뜻하게 돌보는 시간을
갖게 되길 소망한다.